【건강다이제스트 | 최형기 교수(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주임교수)】
많은 성기능 장애 환자, 특히 조루환자들을 마주하다 보면 의외로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전희는 얼마나 하십니까?”
“글쎄요, 1~2분 될까요…?”
조루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조급증이 심한 편이다. 그러니까 본인의 사정이 빠르다는 강박관념이나 조금이라도 삽입을 빨리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때문에 전희 단계를 모두 생략하고 바로 삽입한 다음 1분이 채 안 되어 일을 끝내버리는 형편이다. 그때 부인의 심정은 차라리 건드리지나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느껴야 할 성적 쾌감을 경험하지 못한 여성을 ‘불감증’이란 단어로 내몰아치는 현실이지만 따지고 보면 불감증의 원인을 제공하는 남자들의 무성의가 상대방을 더욱 불행하게 만든다. 이런 환자를 대하면 반드시 해주는 말이 있다.
“여성의 성감대를 찾아 애무하는 데 30분을 투자해 보십시오. 불감증은 물론 남자의 조루 증세도 한결 나아지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단적으로 말해 남자가 토끼라면 여자는 거북이인 것이 성의 세계다. 남자가 정상을 향해 빠르게 올라가 고지를 점령한 후 굴러 떨어지는 모습이라면, 여성은 벌판을 달리고 야산을 넘어 정상에 오르는 완만한 사이클을 갖는다. 이 같은 남녀의 성적 생리를 모르고선 서로 낭패보기 쉽다. 급하게 오르려는 남자의 속성 때문에 전희를 충분히 하지 않게 되고, 여자는 절정에 오르기도 전에 상대가 등을 돌리는 참담함을 맛보아야 하는 것이다.
전희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사랑의 리허설 가운데 여성의 성감대를 찾는 일은 가장 필수적인 과정이다. G-스폿(요도를 따라 후방 4~5cm 부근)을 위시해서 음핵이라든가 소음순, 유두, 귓볼, 목, 사타구니, 회음부 등이 해당 부위다. 사람에 따라서는 손가락, 무릎 부위도 예민한 반응을 나타낸다.
사랑하는 사람의 성감대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면 다분히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노력하지 않고 행복을 꿈꾼다고나 할까? 사랑하는 여자의 성감대를 모른다면 당연히 당사자인 그 여성도 모를 것이다. 느껴보지 못했으니까.
상대방이야 어떻든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데서 사랑의 비애는 싹튼다. 남자의 일방적 사정으로 끝나버리는 성교,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여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비참해진다. 그런 성교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여자는 남자의 페니스가 삽입되는 성교보다는 몸의 여러 성감대를 애무해주는 전희를 훨씬 더 좋아한다는 점을 남자는 먼저 알아야 한다.
많은 남성들이 끔찍이 중요시하는 삽입과 사정이건만 사실 여성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찌보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 사항일지 모른다. 억지로 삽입하여 몇 분만에 끝내는 것보다는 부드러운 전희로 육체의 모든 성감대를 고루 만져주고 입술과 손으로 부드럽고 짜릿하게 해주는 애무를 더 좋아할 수 있다. 여자는 성관계를 나누면서 정신적인 만족감을 더 추구한다. 애무가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정신적 흥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남자는 이 점을 알고 여자를 대해야 한다.
하느님은 인간이 섹스를 즐기도록 창조했다. 따라서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최고조로 즐길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지혜는 남자와 여자 둘에게 모두 필요하다. 그 지혜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기술은 사실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애무 역시 그 기술 중 하나이다. 남자만이 한다거나 여자만이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여자는 삽입 전에 남자를 최대한 애무해줘야 하고, 남자 역시 전희를 통해 여자로 하여금 극도의 흥분에 이르게 해야 한다.
남자의 경우 마음이 불안해지면 성기가 제대로 발기되지 않는다. 이때 남자를 편안한 마음이 되도록 애무로 유도할 수 있는 상대라면 만점짜리 파트너다. 또한 여자가 삽입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했다면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상대라면 역시 만점짜리 파트너이다.
* 이 글은 그의 저서 <아내와 남편이 함께 하는 섹스 코디네이션>(명진출판) 중의 일부분을 옮긴 것이다.
글쓴이 최형기 님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주임교수이며 국내 최초로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성기능장애클리닉’을 개설한 주인공이다. 특히 아·태지역 성의학자들과 국제적인 교류를 가지면서 아·태 임포텐츠학회 창립 멤버로 활약, 제 2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성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그동안의 치료와 임상실험을 인정받아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시술 및 강의 초청이 쇄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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