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사)가정문화원 두상달 이사장】
비교라는 두 글자를 듣는 순간 미간을 찡그렸다면? 당신은 비교 때문에 상처 좀 받아본 사람일 것이다. 갈수록 더 좋은 것을 원하고, 더 높은 것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 비교의 습성이다. 그래서 비교라고 하면 치를 떠는 사람은 있어도, 비교해달라고 애원하는 사람은 없다.
부부 사이, 연인 사이에서의 비교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비교의 종착역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비교라는 문제 하나로도 싸움, 갈등, 상처는 물론 이별의 문턱까지 다다를 수도 있다. 오늘도 내 친구의 천사 같은 여친, 돈 잘 버는 옆집 남편이 당신의 대화에 등장했는가? 그렇다면 아래를 주목하자.
창석 씨와 은미 씨는 사귄 지 2년 된 31살 동갑내기 연인이다. 닭살 커플로 유명했던 두 사람은 최근 다투는 일이 늘었다. 정확한 시점은 은미 씨의 친한 친구 민아 씨의 남자친구가 생긴 후부터다. 민아 씨는 대학 때부터 엄친아로 유명했던 남자와 교제를 시작했다. 훤칠하고 잘 생긴 그 남자는 돈도 잘 벌고 매너도 국가대표급이다. 주말이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해 놓고, 무슨 날만 되면 고가의 선물을 척척 안겨준다. 자동차 문, 식당 문 등 문이라는 문은 먼저 다가가 열어주며 공주 대접을 한다. 민아 씨가 은미 씨에게 남자친구 자랑을 하는 날이면 창석 씨에게 불똥이 튄다.
“민아는 남친이 만난 지 백일이라고 오페라 보여주고,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줬대. 우리는 엊그제 2주년이었는데 순댓국 먹고 영화 봤잖아. 진짜 남 보기 창피해. 자기가 민아 남친 반만 닮았으면 좋겠어.”
“너도 민아 씨만큼 송혜교 뺨치게 예쁘고 청순하기만 해봐. 그럼 다이아몬드 목걸이 열 개도 사줄 수 있어. 그리고 민아 씨는 성격이 여성스럽잖아. 차갑고 다혈질인 너랑은 차원이 다르지!”
“그럼 민아랑 사귀지 왜 나한테 고백했어? 나도 너보다 좋은 남자 만날 수 있었거든!”
“나랑 사귄 거 후회한다는 거네? 나도 너보다 잘난 여자가 대시한적 있거든!”
결국은 화해를 하지만 이런 대화가 오고 갈수록 두 사람은 서로 안 맞는 사이라는 것을 느낀다.
결혼 7년 차 주부 은진 씨는 남편의 비교 본능에 질릴 대로 질렸다. 남편은 비교하려고 태어난 것 같다. 그중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동서와 비교하는 것이다. “제수씨는 일주일에 2~3번은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는데 당신은 왜 일주일에 한 번도 안 드려?” “제수씨는 조카들 영어는 직접 가르치던데? 당신도 좀 공부해서 가르쳐 봐!” “요리학원에 다니는 게 어때?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제수씨가 요리는 진짜 잘한단 말이야. 당신도 제수씨한테 요리를 좀 배우던지.” 매번 이런 식이다.
동서와 비교 좀 하지 말라고 하면 다 은진 씨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대답뿐이다. 남편은 동서와 비교를 하면 은진 씨도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은진 씨는 남편 말대로 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저 남편의 비교에 지친 그녀는 오늘도 4살 된 아들을 보며 꾹 참는다.
왜 너도나도 비교라고 하면 덮어놓고 싫어할까? (사)가정문화원 두상달 이사장은 “비교는 우선 상대를 공격하는 말”이라며 “주로 약점을 들춰내서 상처를 남긴다.”고 말한다. 특히 열등감을 자극해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예를 들어 평소에 많은 돈을 벌지 못해 자존감이 낮아진 사람이라면 “옆집 남편은 당신보다 연봉이 높대.”라는 말을 “당신은 넉넉하게 돈도 못 버는 찌질한 남자야.”라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두상달 이사장은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비교함으로써 스스로 불행한 심정에 빠져드는 것이 ‘비교 함정’”이라고 설명한다. 남과 비교하는 마음은 욕심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살지 않고 항상 불평하고, 부족하다고 여긴다. 듣는 이를 괴롭게 할 뿐 아니라 말하는 자신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비교란 스스로 불행을 자처하는 함정인 것이다.
또한 비교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이 문제다. 부족하다고 여겼던 한 가지가 채워지면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무언가를 가진 남과 비교한다. 끝나지 않는 비교의 늪에 빠져 있다면 결혼도 연애도 행복할 수 없다.
“비교를 안 하고 싶지만 나도 모르게 비교가 된다.”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는 생각을 바꿔보자. 꾸준히 노력한다면 어느 순간부터 사랑이 넘치는 부부 혹은 연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두상달 이사장은 “모든 불행은 비교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의 지문이 다르듯이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똑같이 살 수 없다는 것을 빨리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이 날 때마다 전화해 사랑을 속삭이는 옆집 남편이 부러운가? 요리를 잘해서 나들이 갈 때마다 10단 도시락을 싸오는 친구의 여친을 보며 한숨 쉬고 있는가? 그들과 당신의 연인이나 배우자는 사랑하는 법이 다른 것뿐이다. 개성은 옷을 고를 때만 존중받는 것이 아니다. 사랑할 때도 상대방의 개성은 존중해야 한다.
잘난 남편, 착한 아내의 기준은 국가가 정하는 것도, 유엔이 정하는 것도 아니다. 당신이 정하는 것이다. 당신은 개성과 조건까지 포함해서 상대방을 선택했고 사랑하고 있다. 비교를 멈추면 당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확신할 것이다.
비교하는 말은 상대방이 변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두상달 이사장은 “상대방을 변하게 하는 확실한 방법은 상대를 변화시키겠다는 내 마음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못마땅한 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도와주자. 완전히 바꾸려고 하는 것은 화를 부르지만 부족한 점을 채워주려고 애쓰는 모습은 고마움과 사랑을 부른다.
어떤 사람도 완벽할 수는 없다. 부족해도 감사하며 살자.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펌프에 물 한 바가지를 퍼부어야 한다. 그것이 마중물이다. 두상달 이사장은 “감사는 행복의 마중물”이라고 표현한다. 늘 상대에게 감사하면 서로 만족감이 높아져 행복해진다. 지금 이대로도 행복하다면 비교하는 마음은 저절로 자취를 감출 것이다.
《TIP. 같은 상황에도 비교 쫙~빼고 말하는 법》
밤늦게 들어오는 배우자에게~
“당신은 왜 이렇게 늦게 다니는 거야? 내 친구 남편들은 다들 일찍 들어와서 집안일도 도와주고 늦으면 늦는다고 전화도 잘하던데….”(NG)
“당신이 늦으면 나는 걱정이 되더라. 늦는다고 미리 말해주면 내가 걱정을 덜 할 수 있을 것 같아.”(GOOD)
할 일을 미루는 배우자에게~
“청소 안 하고 지금 뭐하는 거야? 당신이 하기로 했잖아. 나는 아무리 피곤해도 할 일은 하는데 당신은 왜 안 해?”(NG)
“오늘 많이 힘들었나보구나. 아니면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로 속상한 일이 있었나보구나. 오늘은 내가 할게. 당신은 좀 쉬어.”(GOOD)
두상달 이사장은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가정행복멘토다. 부부관계 개선과 가정친화적 기업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저서로는 <아침키스가 연봉을 높인다>, <결혼, 천일 안에 다 싸워라>가 있다.
정유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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