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이재목 결혼컨설턴트(결혼정보회사 듀오 이벤트팀 팀장&작가)】
잊을 만하면 소개팅 장면이 나오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SBS <미운 우리 새끼>다. 혼기 꽉 찬 남자 연예인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이라서 소개팅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매번 소개팅을 열렬히 반기지만 막상 이렇다 할 성공기나 열애설이 들리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들은 소개팅 할 때마다 안타까운 탄식을 부르는 서툰 소개팅 스킬을 남발한다. 당신의 소개팅도 그들과 다를 바 없다면 성공 확률 높은 소개팅 기술을 배워보자.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서두르면 올해는 여름휴가도 단풍 시즌도 사무치게 외롭지 않아도 된다. 커플 매칭 전문가가 밝히는 성공하는 소개팅 기술을 소개한다.
모름지기 기회는 왔을 때 꽉 잡으라고 했다. 다 차려진 밥상인 소개팅은 솔로 탈출의 쉬운 기회다. 심지어 주선자가 자체 검증해 ‘괜찮은 사람 확인 마크’도 붙여줬다. 그런데도 소개팅은 잘되기 어렵다. 소개팅으로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지만,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의 마음을 짧은 시간 안에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도 태평양도 꽁꽁 얼릴 어색한 분위기, 나도 모르게 나오는 실언 대방출, 상대의 굳은 표정이라는 삼박자를 고루 갖춘 소개팅의 쓴맛을 본 사람은 느낄 것이다. 소개팅, 참 어렵다고. 하지만 상대가 아닌 자신이 소개팅을 어렵게 만들고 있지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소개팅도 전략이 필요하다. 눈앞의 그 또는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다음에서 소개하는 소개팅 노하우를 잘 기억하자.
소개팅은 연락처를 받은 순간부터 시작된다. 주선자로부터 연락처를 받아 상대와 연락까지 주고받았지만 소개팅이 흐지부지된 적 있다면 기억을 떠올려보자. 아직 얼굴도 안 본 사이에 너무 자주 연락하진 않았는지, 주변 사람을 동원해 상대방 정보를 알아내어 인맥 자랑을 하진 않았는지,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불쑥 ‘뭐해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지는 않았는지.
이재목 결혼컨설턴트(결혼정보회사 듀오 이벤트팀 팀장&작가)는 “상대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 및 지나친 소통으로 실제 만남이 이뤄지지 않거나 심지어 전화통화로 기분이 상해서 다투는 일도 있다.”며 “소개팅 전에는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매너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비즈니스 파트너처럼 목적 없이 연락하지 않고 지나친 연락은 자제해야 한다. 만나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상대의 의사를 무시한 채 오직 말로만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를 갈구하는 듯한 모습은 급하고, 가볍고, 못 믿을 사람처럼 보일 뿐이다.
두근두근 소개팅을 앞두고 누구나 생각하는 것이 있다. 상대에게 할 질문이다. 더구나 상대가 마음에 들면 묻고 싶은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다.
이재목 결혼컨설턴트는 “소개팅에서는 말이 아닌 대화를 해야 한다.”며 “대화를 위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자신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이야기는 ‘말’이다. 반면 상대가 공감하고 동의하는 주제에 대해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는 ‘대화’다.
대화하려면 질문을 너무 쉽게 하면 안 된다. 질문의 나쁜 예를 들어본다.
● ‘몇 살이세요?’ 다음 이어지는 ‘몇 학번이세요?’라는 질문 ▶ 재수나 편입을 한 상대를 난처하게 만든다.
● ‘형제가 어떻게 되세요?’ 다음 이어지는 ‘남동생은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 ▶ 밝히고 싶지 않은 취업준비생 남동생의 아픔을 들춘다.
● ‘전공은 뭐하셨어요?’ 다음 이어지는 ‘러시아어 전공하셨으면 러시아어 잘하시겠네요?’ 라는 질문 ▶ 소개팅 자리를 입사 면접장으로 만든다.
이런 질문은 안 하니만 못 하다. 질문의 좋은 예를 들어본다.
● 몇 살인지 궁금하면 ‘동안이시네요? 평소 그런 말 많이 듣죠?’라는 질문으로 상대가 스스로 자신 있게 몇 살인지 밝힐 수 있도록 하자.
● 취미가 무엇인지 묻고 싶으면 ‘운동 좋아하시나 봐요? 근육질이신 것 같아요.’ 라고 존중과 칭찬을 기본으로 소통을 시도하자.
소개팅 당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피로에 전 모습으로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소개팅 장소에 나가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술을 많이 마셔 밥 생각이 없다는 말은 상대와 밥 먹을 시간도 아깝다는 말로 들린다. 긴장을 풀고자 간단하게 맥주 한잔하자고 하면 술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이라는 의심을 부른다.
만약 회식에서 술을 많이 마셔야 한다면 미리 사정을 이야기해 소개팅을 미루는 편이 낫다.
소개팅 상대는 당신의 제자도 아니고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러 온 피상담자도 아니다. 하지만 소개팅 상대가 가르치려고 해서 기분 나빴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자신보다 어리면 서열이나 관계의 우위부터 정하는 못된 습관을 소개팅에서 어김없이 드러내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녀 사이는 동반자적 관계를 본질로 한다. 시사, 경제, 정치, 건강에 관한 상식이나 직장 처세술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듣고 싶은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어색함을 피하려고 어렵게 한 질문인데 단답형만 돌아오면 기분이 좋지 않다.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다요.’, ‘주말에는 뭐 하세요?’ ‘자요.’, ‘운동 좋아하세요?’ ‘아뇨.’ 이렇게 맥이 뚝뚝 끊기는 단답형 대답만 하면 상대가 마음에 들다가도 김이 샌다. 최소한의 대화 매너는 소개해준 주변인과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꼭 지키자.
이재목 결혼컨설턴트는 “외모가 그리 출중하진 않지만 소개팅에서 많은 남성의 찬사를 받았던 여성이 있는데 그녀의 소개팅 필살기는 다름 아닌 3,900원이었다.”고 소개한다. 그녀는 소개팅이 있으면 항상 30분 전에 약속된 카페에 나간다. 시간 약속은 꼭 지키는 그녀는 약속 시각 10분 전에 소개팅남에게 전화를 걸어 묻는다. ‘제가 먼저 와서 차를 마시려고 하는데 혹시 어떤 차를 드시고 싶으세요?’
이재목 결혼컨설턴트는 “남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소개팅이 있으면 자신이 돈을 써야 하는 자리라고 여기고 있다.”며 “그런데 이런 남자의 선입견을 깨는 그녀의 과감한 투자는 감동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여자가 일찍 와서 게다가 얼굴을 보기도 전에 계산까지 하는 매너는 나중에 결혼해도 경제적으로 마냥 받지만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괜한 미안함까지 생기게 한다. 불편하고 피곤한 선입견이 가득한 소개팅 자리에서 이러한 긍정적인 태도는 상대의 마음을 녹인다.
소개팅에 마음에 든 여자가 나오면 남자의 마음은 급하다. 나이를 묻고 나서 ‘나보다 어리네요. 그럼 편하게 말을 놓을까?’라며 먼저 말을 놓기도 하고, ‘다음 주에 뭐해요? 영화 보러 가죠.’라고 만난 지 1시간도 안 되어 애프터 신청을 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처음 봤는데 ‘저 어때요?’라고 대놓고 묻기도 한다. 미래가 훤히 내다보이는 사람처럼 두 사람의 핑크빛 미래를 확신하고 들이댄다.
이재목 결혼컨설턴트는 “상대에 대한 호감과 강한 끌림은 자신의 감정일 뿐이고, 남녀관계는 두 사람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먼저”라고 조언한다. 동의 없이 들이대기만 하면 부담만 안겨줄 뿐이다.
소개팅으로 만나기 전 받은 연락처의 용도는 간단하다. 실제 만남에 필요한 의견 조율용이다. 찾기 쉬운 지하철역에서 만나는 게 나을지, 실제로 이야기를 나눌 카페에서 만나는 것이 좋을지 사전에 묻고, 두 사람 다 좋아하는 차나 커피가 있는 곳을 약속 장소로 정하는 식이다. 이러한 긍정적 기대와 세심한 배려는 상대에게 좋은 첫인상을 준다.
소개팅을 하면 자신은 마음에 드는데 상대는 정중히 거절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는 깨끗이 포기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용기를 내어 보는 게 나을까? 이재목 결혼컨설턴트는 “깨끗이 포기하라.”고 조언한다. 소개팅은 서로를 선택하고 확인받는 자리다. 가족처럼 희생, 봉사, 기다림을 전제로 하는 관계가 아니다.
상대도 이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을 만나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싫다는 사람에게 좋아지길 강요하는 것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통해 다음 소개팅에서 자신 있게 누군가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편이 낫다.
정유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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