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김숙기 원장】
여기 특별한 ‘링’이 있다. 누군가는 이 링에서의 싸움은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첫 번째 링에서 기선을 잡아야 평생 편하게 산다고 말한다.
싸움의 승자가 누가 됐든 이 링 위 싸움의 최종 목적은 한 가지다. 서로 잘 살자는 것이다. 그렇다. 예상대로 이 링 위에 오르는 두 선수는 남편과 아내다. 특별한 링에서의 싸움답게 이 싸움은 룰도 특별하다. 같이 잘 살자는 최종 목적을 얻으려면 꼭 지켜야 할 룰이 있다. 그중 하나가 상대방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을 안 하는 것이다.
아내와 남편이 부부싸움 할 때 가장 듣기 싫은 말, 뭐가 있을까?
보통 무슨 일이든 계속하면 잘하게 된다. 일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다. 그런데 부부싸움은 좀 다르다. 무턱대고 싸웠다간 자꾸 잃는 것이 많아진다. 싸울수록 정이 떨어진다. 싸울수록 마음이 멀어진다. 싸울수록 대화하기 싫다.
그렇다고 부부싸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잘 싸우면 얻는 것이 있다. 상대의 마음을 알게 되고 반성도 하면서 점점 성숙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 결혼도 인간관계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두 사람이 부부로 제대로 어우러지려면 갈등과 그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부부는 잘 살려고 싸우며, 상처 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싸울 때 상대의 화만 돋우고 싸움의 본질에서 벗어난 불필요한 말은 할 필요가 없다. 불필요한 말로 기분이 상하면 그때부터 싸움의 목적은 ‘같이 잘 살자’가 아닌 ‘너 죽고 나 죽자’로 바뀌기 쉽다.
잘 살게 되는 부부싸움의 기술을 알고 싶은가. 그럼 내 아내, 내 남편이 싸울 때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부터 기억하자.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김숙기 원장이 꼽은 부부싸움 할 때 가장 듣기 싫은 말 BEST 5를 소개한다.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사이가 더 나빠지는 부부라면 다음에서 말한 듣기 싫은 말을 하진 않았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자.
▶이 말을 들은 남편의 속마음
이혼하자는 말이 큰 무기인 줄 알아! 진짜 이혼하자는 말이든, 아니면 홧김에 하는 말이든 이혼하자는 말은 정말 듣기 싫다고!
▶이 말을 들은 남편의 속마음
왜 뭐든 내 탓만 하는 거야? 내가 도대체 무슨 죽을죄를 졌길래 인생을 망쳤다는 거야?
▶이 말을 들은 남편의 속마음
그동안 해준 게 얼마나 많은데! 과거에 해준 것은 왜 생각 안 해? 여자는 왜 계속 잘해달라고 하는 거야? 죽도록 잘해줘야 한다는 거야, 뭐야?
▶이 말을 들은 남편의 속마음
남자는 돈 없다는 이야기에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지 알아? 나도 우리 가족 먹여 살리려고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고! 꼭 돈 이야기로 기를 죽여야겠어?
▶이 말을 들은 남편의 속마음
그럼 ‘그놈’하고 결혼하지 왜 나랑 결혼했어?
▶이 말을 들은 아내의 속마음
무슨 요즘 같은 세상에 여자, 남자를 따져? 내가 왜 이런 남자랑 결혼해서 이런 말을 듣고 있는지 모르겠네!
▶이 말을 들은 아내의 속마음
살림하는 것을 논다고 생각하는 최악의 남자가 내 남편이라니…. 밥, 청소, 빨래, 다림질 좀 안 한다고 세상이 뒤집히기를 해? 죽기를 해? 나도 퇴근도 없이, 휴가도 없이 종일 살림하고 아이 챙기느라 죽겠다고!
▶이 말을 들은 아내의 속마음
내가 며느리 역할 하려고 결혼했어? 이런 말 들으면 시댁에 잘하려다가도 마음이 싹 없어져!
▶이 말을 들은 아내의 속마음
애교 같은 소리하고 있네! 당신이라면 당신 같은 사람한테 애교떨고 싶겠어?
▶이 말을 들은 아내의 속마음
남편이 이러니 아이 교육이 제대로 되겠어? 어디 당신이 한번 교육 해봐!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
감정이 격해진 채로 싸우다 보면 비수처럼 상처 주는 말을 쏟아내게 된다. 말하고 나면 후회하지만 왜 그 순간에는 이렇게 상처 되는 말을 잔인하게 하는 걸까? 김숙기 원장은 “‘나 이렇게 상처받았는데 너도 어디 똑같이 당해봐라. 그래야 내 심정을 알 거 아니야?’ 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고 설명한다.
대부분은 상처 주는 말을 하고 나서 후회할 것이다. 상처받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분해서 그 말을 뱉었기 때문이다. 이때는 스스로 감정을 추스른 후 꼭 먼저 사과하자. 김숙기 원장은 “사과는 말로 하는 것보다 문자 메시지나 편지가 좋다.”고 조언한다. 내용은 이런 식의 순서가 좋다.
① 나는 상처를 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화가 난 것이다.
② 상대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을 알고 있다(변명이나 설명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③ 미안하고 앞으로 조심하겠다(진정성 있는 내용과 태도가 꼭 전달되어야 한다).
부부싸움의 시작은 항상 내 마음을 알아달라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는 이래서 속상했다’, ‘나는 이래서 화가 났다’, ‘나는 당신이 이러는 게 싫다’는 것이다. 마음만 제대로 알아주면 상처 주는 말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아도 작은 다툼에서 끝난다. 대부분 싸울 때 바로 상처 되는 말부터 하지 않는다.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니까 ‘상처주기’로 마음이 바뀐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를 잘 안다는 핑계로 대화에 인색한 부부가 많다. 상처 주며 싸우기 싫다면 평소 대화를 충분히 하자. 어느새 평범한 대화가 어색하다면 반성하고 자신부터 바뀌자. 지금처럼 대화 없이 살다간 싸울 때 대화를 제일 많이 하는 비극을 맞이할 수 있다.
부부싸움 할 때 폭력과 폭언은 절대 금지! 이를 예방하려면 부부끼리 타임아웃제 도입을 미리 약속하자. 폭력이나 폭언이 오갈 것 같으면 타임아웃 신호를 보내자. 한쪽이라도 타임아웃 신호를 보내면 무조건 싸움을 중단하는 것이다. 붙잡고 물고 늘어지면 안 된다. 그 이후 각자 추스르는 시간을 갖는다.
정유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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