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
“자기야~ 자?” 혜정 씨가 남편 원효 씨의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 잠깐 TV를 보나 싶었는데, 이미 꿈나라로 떠났다. 결국 혜정 씨도 아쉬운 마음을 접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새벽, 또다시 “자기야~ 자?” 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원효 씨다. 잠결에 왈칵 짜증이 난 혜정 씨, “나 피곤해!”를 외치고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아까는 잠만 퍼질러 자더니, 왜 새벽에 이러는 건데….”
배가 고플 땐 밥을 못 먹게 하더니, 배가 고프지 않을 때는 계속 밥을 먹으라고 한다면? 고통이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식욕과 성욕은 그 사람의 사정에 따라 필요한 때가 달라진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식욕은 혼자 해결할 수 있지만 성욕은 두 사람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
부부 사이 섹스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이왕이면 서로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은 “섹스라는 것 자체가 단순히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일이 아닌, 광대한 에너지의 물꼬를 틀고 남녀 사이를 단단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늘 상대방이 이 욕구를 따라와 주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서로 타이밍이 안 맞아서 불발로 끝나다 보면 욕구불만이 부부 사이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물론 타이밍이라는 것은 일주일 중 언제 서로 뜻이 맞느냐가 될 수도 있고, 하루 중에서도 아침이냐 저녁이냐 등의 시간대를 맞추는 것일 수도 있다. 더욱이 집안에 어른이 계신다거나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혹은 맞벌이냐 아니냐 등의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부부간 서로의 섹스 타이밍을 맞춰보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부부간 서로 다른 섹스 타이밍, 남편도 아내도 ‘만족’ 사인을 보내는 노하우 따로 있을까?
타이밍을 맞추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서로가 상대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고, 섹스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섹스 사인(sex sign)을 어떻게 할 것이냐와 섹스 사인을 보냈다고 해서 무조건 내 말대로 하라고 강요할 수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조율도 필요할 것이다.
박혜성 원장은 “섹스를 하고 싶은 날, 둘만이 아는 은밀한 사인을 정해서 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 소품을 이용하라- 가령 신랑, 각시 인형이나 기러기 목각인형을 침대 옆에 두고, 마음이 동하는 날은 서로 키스하는 모습으로 가까이 둔다. 만약 한 사람의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둘을 등 돌려놓는다.
* 캘린더를 만들어 미리 체크하라- 다이어리에 생리일과 배란일을 표시하듯, 두 사람의 섹스 희망일을 미리 함께 정하고 표시해두면 두 사람은 마치 큰 약속처럼 그날의 스케줄을 거기에 맞추게 될 것이다.
* 낮에 휴대폰 문자로 도발하라- 만약 앞서 말한 방법이 너무 틀에 짜여진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그날 낮에 문자 등을 보내 은근히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오늘은 주사 맞는 날, 혹은 오늘은 하트데이 등으로. 그러면 그때부터 서로 기대를 하고 서로를 볼 시간이 더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남자라면 와인이나 꽃을 사가지고 들어가도 좋고, 여자라면 맛있는 저녁식사나 혹은 장미꽃 목욕물처럼 둘만의 작은 이벤트를 준비해보는 것도 좋다.
더러 시간대가 안 맞는다고 호소하는 부부도 있다. 가령 야간업무를 하는 남편을 둔 아내나 각각 직업이 다른 맞벌이부부의 경우에도 생활패턴이나 수면패턴이 다를 수 있다. 또 어린 자녀를 둔 부부 역시 아이 몰래 해야 되는 만큼 서로가 선호하는 시간이 다를 수 있다.
박혜성 원장은 “섹스를 꼭 밤에만 하라는 법은 없다.”며 “이 역시 서로를 배려해 조율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 모닝섹스- 업무 강도가 세고, 쉽게 지치고 피곤한 사람은 저녁이나 밤에 섹스를 하기 힘들다. 이 경우 차라리 잠을 푹 잔 다음날, 기력이 충전됐을 때 섹스를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모유 수유 중인 여성이나 직장에서 과로한 남성은 푹 자는 것이 중요하다. 그 정도로도 기력이 나지 않는다면 차라리 주말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 나이트섹스- 혈압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은 나이트섹스가 더 맞다. 왜냐하면 교감신경물질이 밤에는 덜 나와 혈압상승 효과가 적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새벽운동이 위험하기까지 하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어두운 밤이 주는 편안함과 안락함이 섹스를 할 때 더 좋다는 경우도 많다.
* 주말섹스- 주말에 아이를 봐주면서 아내를 쉬게 하고, 일요일 오후에 섹스를 시도하거나 둘만의 시간도 갖고 피로도 풀 겸 가까운 곳으로 부담 없이 여행을 가도 좋다. 특히 주말은 하루 종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주말을 제대로 활용한 에로틱한 섹스로 평일에 나누지 못했던 성적 욕구를 풀 수 있다. 특별한 장소를 미리 예약할 수도 있고, 제대로 된 음식을 준비할 수도 있고, 야한 비디오나 책을 함께 볼 수도 있다.
박혜성 원장은 “남자와 여자가 가장 간과하기 쉬운 문제는 바로 남녀가 다르다는 사실이다.”며 “남녀는 뇌의 크기, 구조, 나오는 호르몬의 종류와 양, 호르몬이 나오는 시기 등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된다.”고 조언한다.
이런 차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예정되고 결정되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이 차이를 인정하고,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연구해야 된다. 이는 섹스타이밍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단순히 섹스를 거부한다고 해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이기적이다.’라는 식으로 오해하고 미워하기보다는 ‘왜 거부를 하는 건지, 그렇다면 언제가 시기적절한지’에 대한 이해와 대화가 오가야 한다. 만약 남자가 일주일에 세 번 섹스하고 싶고, 여자는 한 번만 원한다면 둘은 합의를 봐야 한다. 일주일에 두 번으로 말이다.
박혜성 원장은 “이처럼 서로를 이해하면 서로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기대를 가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좌절이나 실망, 분노 대신 이해와 배려, 타이밍 조절로 서로 맞춰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를 넘어서야 비로소 ‘최고의 속궁합 커플’로 거듭날 것이다.
박혜성 원장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학교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이다. 저서로는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랑의 기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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